엄마는 평생 농사일을 하시면서도, 농사는 참 재미있다고 하십니다.
깨, 고추, 호박, 고구마…
심어 놓은 작물들이 자라 열매를 맺는 게 그렇게 기쁘다고요.
몇 해 전부터 허리 통증이 심해지셔서, 이젠 좀 쉬셨으면 했지만
엄마는 여전히 밭으로 나가셨습니다.
통증이 더 심해져 결국 허리 시술까지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해지자
가장 큰 밭을 정리하고,
이젠 가족 먹을 만큼만 소소하게 농사를 짓겠다고 하셨습니다.
저는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, 고향을 찾습니다.
어느 해, 엄마가 보내주신 단호박이 너무 맛있다고 했더니
그 다음 고향에 갔을 때, 온 밭이 단호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.
딸이 좋아한다고요.
다음 해엔 깻잎김치가 참 맛있다고 했더니,
그해 밭에는 온통 깻잎이 자라고 있었습니다.
딸을 위한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.
늘 곁에 계실 것만 같던 엄마는
이젠 많이 야위시고, 노쇠해지셔서 작았던 체구는 더 작아지셨습니다.
항상 건강할 줄만 알았던 저도 어느새 마흔을 훌쩍 넘겼습니다.
어느 날, 문득 여쭈었습니다.
“엄마, 앞으로 우리 100번은 더 볼 수 있을까?”
엄마는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.
“100번은 무슨… 30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.”
명절이나 휴가철에 겨우 1년에 몇 번 만나는 걸 생각해보니
엄마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.
요즘 들어 더 부쩍 야위신 엄마를 보면
마음이 아픕니다.
그래서 “어머니 사랑의 언어”로 사랑을 많이 표현하기로 결심했습니다.
“엄마, 사랑해요.”
“엄마, 보고 싶어요.”
“엄마, 고마워요.”
처음엔 쑥스러워하시던 엄마도 요즘은 전화를 끊기 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.
“사랑한다, 딸아. I love you.”
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.
그리고 저는,
오늘도 엄마가 참 보고 싶습니다.